2012년 11월 17일, 체코 프라하의 바츨라프 광장.

 

데미씨, 데미씨!      * 데미씨(demisi)는 ‘사퇴’를 뜻하는 체코어이다.

커다란 광장을 가득 채운 사람들이 입을 맞춰 짧은 구호를 외친다.

흥이 난다. 신이 난다. 박수를 친다. 호각을 분다. 춤을 춘다. 뜨겁고 다정한 시선들이 오간다.

사람들은 금세 하나가 된다.

 

11월 17일은 "자유와 민주주의를 위한 투쟁의 날"로 불리는 체코의 국경일이다.

 

1939년 11월 17일, 나치의 점령에 저항하던 체코슬로바키아 학생들은 강제수용소로, 사형집행장소로 끌려갔다.

50년 후인 1989년의 같은 날, 체코슬로바키아의 학생들은 다시 한 번 거리로 나와 공산주의 독재 정권에 대해 자유와 민주주의를 요구했다. 이날의 집회는 체코슬로바키아의 민주화를 가져온 벨벳혁명의 첫 장면으로 기록되었다.

 

"자유와 민주주의를 위한 투쟁의 날"은, 

1939년과 1989년, 50년이라는 긴 시간을 사이에 둔 두 번의 값진 투쟁을 기리는 날로서

민주화 이후에도 사람들을 다시 광장으로 모여들게 하는 기념일로 자리잡았다고 한다.

 

내가 작년 가을 더블린발 프라하행 티켓을 끊은 것은 바로 이날의 반정부집회를 보기 위해서였다.

그렇게 찾아간 프라하의 광장과 거리에서 보낸 한나절.

나는 그날 프라하의 시민들에게서 특별한 체코어 수업을 받았다고 해도 될 것 같다. 

demisi(사퇴), demokracie(민주주의), solidarita(연대). 

철자도 발음도 생소하지만, 함께 외치는 민주주의의 언어는 먼곳에서 온 이방인의 귓가에 오랫동안 생생하게 맴돌았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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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edwannabefay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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